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전기차 업체 니오(NIO)의 공장. 지난 1월 17일 직원들이 자동화 생산 라인의 품질 관리 구역에서 차량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이 업체가 구축한 스마트 관리 시스템은 과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색상, 부품 등에 대한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생산을 조절한다. /게티이미지


벽장 문이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지난달 22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合肥市)에 위치한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蔚來)의 신차오 2공장. 33만㎡의 공장 한편에 조성된 금속 철장인 ‘마법의 큐브(魔方)’ 안에선 자동차의 몸통인 차체들이 공중을 가로지르주식추천사이트
며 쉴 새 없이 ‘빈칸 채우기’를 하고 있었다. 700여 개의 차체를 보관할 수 있는 이곳은 고객의 주문을 받기도 전에 ‘재료’를 다듬어 채워 놓는 저장고다. 공장의 뇌 역할을 하는 자체 개발 스마트 운영체제(OS)인 ‘천공(天工·하늘의 솜씨)’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에서 선호하는 차량 색상과 부품 조합을 예측하고 큐브에 실시간 명령을 내린다. 큐브가하이트진로 주식
차체를 도장·조립 시설로 보내면 1120대의 로봇과 2000명의 인간 근로자가 달라붙어 차가 완성된다. 업계에선 천공이 최대 3개월 이후의 주문까지 사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2022년에 문을 연 이 공장은 말하자면 ‘하늘의 솜씨’로 ‘마법의 공간’을 조종하고 있는 셈이다.



100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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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니오 홍보 총괄은 “니오의 최첨단 제조 시스템 덕분에 차량 주문에서 출고까지 10~14일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올해 3분기까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기 위해 테스트도 거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스알라딘
웨덴, 덴마크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의균


미·중 2차 무역 전쟁의 포연이 짙어질수록 중국 전기차 군단의 진격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자체적인 첨단 기술과 시설을 확보한 중국 기주식주문시간
업들이 미국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을 노리며 전기차를 출해(出海·수출) 전략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고, 지난해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비율은 22%에 달했다. 니오는 지난해에만 22만대의 전기차를 국내외에 인도했고, 올해는 그 두 배인 44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한국에서 1년에 팔리는 전기차(14만대)의 세 배 수준이다. 니오와 함께 중국 3대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꼽히는 샤오펑(XPeng)과 리오토(Li Auto)도 올해 각각 전년 대비 100%와 40% 많은 38만대와 7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428만대를 생산하며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한 중국 1위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는 올해 해외 판매량만 8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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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의 패자 부활전
니오는 2020년 초만 해도 벼랑 끝에 몰렸지만, 국가가 내려준 동아줄을 붙잡고 부활해 미·중 기술 전장(戰場)의 선봉장이 됐다. 이 회사는 2014년 설립 당시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연쇄 창업가 리빈의 네 번째 작품이라 주목을 받았다. 니오는 설립 3년 만에 테슬라의 ‘모델 X’를 연상시키는 고급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ES8을 내놓으며 ‘테슬라 킬러’란 별명까지 얻었고, 미국 주식시장 상장도 추진됐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NIO)의 고급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모델 ES8. /니오


그러나 2018년 미·중 1차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맞으며 기세가 꺾였다. 그해 9월 뉴욕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인 니오에 대한 투자에서 발을 뺐다. 결국 니오는 상장 예상 조달 금액(20억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10억달러를 손에 쥐었다. 이듬해엔 중국 정부 보조금 삭감 등의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며 누적된 적자가 36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했다. 상하이에 2공장을 짓고자 했던 계획도 미국 기업 테슬라의 상하이 입주로 무산됐다. 2019년 말 니오의 주가는 상장 초기의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시장 전문가들이 ‘니오의 종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2020년 4월,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리빈의 고향인 허페이시 정부는 70억위안(약 1조4000억원)을 니오에 수혈하고 지분 24%를 확보했다. 허페이는 당시 ‘정부 투자로 산업 생태계를 끌어온다(以投帶引)’는 슬로건을 내걸고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었는데, 니오를 포트폴리오에 넣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가 거액을 투자하자 국영 은행들이 안심하고 따라붙어 니오는 2조3000억원을 순식간에 유치했다. ‘허페이 모델’이라 불리는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전략 덕분에 니오는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났다. 현재 니오의 시가총액은 LG전자와 비슷한 84억달러(약 12조원)이고, 신차 가격이 82만위안(약 1억6000만원)에 이를 만큼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뤄핑 허페이시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은 지난달 22일 외신 기자들과 만나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니오를 살린 이유는 정부의 내부 전문가 그룹이 정확히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우리는 단기 차익이 아닌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내다보고 투자하기에 일반 투자자와 시야가 다르다”고 했다. 실제로 허페이는 BOE(액정 패널 세계 1위), 아이플라이텍(중국 음성 인식 1위), 딥웨이(중국 최초 양산 전기 트럭) 등 중국 첨단 기술 공룡들을 대거 키워낸 ‘벤처캐피털(VC) 정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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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의 도시’ 허페이… 그곳엔 배터리부터 AI까지 다 있었다
◇배터리·AI까지…완성된 전기차 생태계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니오는 곧장 전선(戰線)에 복귀했다. 허페이 정부는 니오에 대한 재정 지원에서 멈추지 않고, 전기차 2공장을 지을 부지까지 제공해 7개월 안에 최첨단 공장을 완공하도록 지원했다. 더 큰 선물은 이즈음부터 빠르게 조성되던 허페이의 전기차 생태계였다. 2020년 9월, 중국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지리는 허페이가 속한 안후이성 정부와 협약을 맺고 향후 허페이에 70만㎡ 규모의 전기차 연구·생산 기지를 짓기로 약속했다. 이듬해 7월엔 비야디가 허페이에 부품 제조 공장을 열었다. 폭스바겐은 2023년 11월 허페이 전기차 공장에서 첫 차를 생산했고, 연구센터 구축에 10억유로(약 1조61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로 전기차 회사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자 중국 관영 매체에선 허페이를 가리켜 ‘전기차의 도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허페이는 완성차 외에도 배터리, 부품을 망라한 전기차 생태계를 갖췄다. 니오의 2공장에서 차로 50분 거리에는 세계 8위 배터리 제조사(시장점유율 3.2%)인 고션하이테크(Gotion) 본사도 위치해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운송 비용이 높고 재고 관리가 어렵다. 전기차 회사로서는 가까운 거리의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의 배터리 원료(가공 포함)와 소재(양극재·음극재) 분야에서 70~9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배터리 셀(완제품) 생산 역시 전 세계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고션하이테크에서 기자를 안내한 직원은 회사 로비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도덕경’을 가리키며 “우리 회사는 ‘불욕이정(不欲以靜·욕망을 가라앉혀 고요함을 누린다)’의 정신에 입각해 전기차 제조사 등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서 “당신이 서 있는 이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사면이 각졌지만 내부는 둥글게 설계한 ‘외방내원(外方內圓·겉은 각지고 안은 동그랗다)’이 특징인데, 이는 관세 압박 등 외부 풍파에도 유연하게 맞선다는 의미”라고 했다.
니오는 허페이에서 인공지능(AI) 파트너도 만났다. 니오 공장에서 단 30㎞ 거리에 있는 AI 공룡 아이플라이텍(iFlytek)은 중국 1위 음성 인식 기술을 니오 차량에 탑재한다. 니오의 운전석 앞에는 ‘노미(NOMI)’란 이름의 작은 로봇이 앉아 있다. 운전자의 AI 도우미인 노미는 자율 주행과 자동 주차 기능을 켤 수 있고, 안면 인식 기능으로 탑승자를 식별해 맞춤형 인사를 건네며 다양한 디지털 표정도 보여준다. 아이플라이텍의 AI를 ‘뇌’로 이식한 덕분이다. 딥시크와 함께 중국 7대 AI 기업으로 꼽히는 아이플라이텍은 자체 개발한 대형 AI 모델인 ‘쉰페이싱훠’도 지난해 상반기부터 니오에 제공하고 있다. 니오는 중국의 첨단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홍보하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그 배경엔 아이플라이텍과 같은 AI 거인의 후원이 있다는 분석이다. 돤다웨이 아이플라이텍 부사장은 “미국이 우리 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올려 어려움이 컸지만, 결국 극복했다”면서 “AI 서비스를 지탱하는 모든 반도체와 기술은 중국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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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충전에 520㎞, 테슬라 압도
세계 전기차 시장의 70%(판매량 기준)를 장악한 중국에서는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기술 표준 확립 경쟁도 한창이다. 중국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지난달 21일 상하이 모터쇼를 앞둔 테크데이 행사에서 자사 대표 제품 ‘선싱’ 배터리의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해 비야디의 470km 기록(3월 17일)을 뛰어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는 15분 충전에 200마일(321km)밖에 가지 못한다”면서 “관건은 지정학적 긴장을 뚫고 중국이 앞선 기술을 얼마나 수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오는 고속 충전 모델에 대항하는 ‘배터리 교환소’ 모델의 선두 주자다. 니오 운전자들은 충전이 급하거나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전국 3239곳(지난달 1일 기준)에 이르는 배터리 교환소를 찾아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다. 니오 차량 구입자들은 월 최다 4회까지 무상으로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게 가능하다. 지금껏 누적 배터리 교체 횟수는 7000만 건에 이른다. 양이 홍보 총괄은 ‘배터리 교체에도 3분이란 시간이 걸리고, 교환소 설치 비용도 크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결국 여러 방식이 공존하면서 개선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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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관세 전쟁터로 출정
국가의 지원으로 부활한 니오에는 보은의 시간이 돌아왔다. 니오를 비롯한 중국의 전기차 회사들은 관세 전쟁으로 미국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내다 판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수출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장기전을 버틸 재간이 없기에 외화벌이 최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는 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에서 지난해 점유율 1위(64%)를 기록했다. 아세안 6국(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의 전기차 시장에서도 52%(2023년 기준)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지난해부터 중국에 전기차 무역 장벽을 높인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관세 분쟁을 벌이는 틈을 타서 유럽 시장 확장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니오는 유럽 국가의 까다로운 규제와 복잡한 시장 구조를 고려해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파이어플라이(Firefly)와 온보(Onvo) 등 저가 브랜드를 앞세워 영국·독일·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등 5국에 진출했고, 프랑스 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리빈은 “유럽 시장에서 현지 딜러와 서비스 파트너와 협력해 올해까지 주요 10국에 걸쳐 판매망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 시장 공략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기준 한국에 상륙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최소 5곳이다. 비야디, 지커, 창안, 샤오펑, 립모터 등이다. 비야디는 지난달 14일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아토3’로 중국 승용차의 첫 국내 진출을 알렸다. 이 차는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 후반에 살 수 있다. 지커는 지난해 9월 한국 지사 대표를 선임했고, 창안과 샤오펑은 올해 들어 한국 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딜러사를 찾고 있다. 립모터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해 “코앞에 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커의 모기업인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6월 르노코리아와 손잡고 중국에서 팔던 ‘싱웨 L’의 변형 모델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 중이고, 샤오미는 한국에서 전기차 출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다시 몰리는 글로벌 투자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오히려 중국 시장으로 돌아오는 현상도 관찰된다. 중국의 거대한 자동차 시장을 간과할 수 없는 데다,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자율 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분야에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어 ‘근접 관찰’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2일 도요타는 상하이에 렉서스 전기차(EV)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146억위안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발표된 이후 도요타가 내놓은 최대 규모 외자 투자 결정이다. 독일 굴지 화학 회사 바스프(BASF)는 지난달 14일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상하이 푸둥신구 공장 증설을 위해 5억위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닛산의 스티븐 마 중국 법인장은 “중국 시장은 (성장과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 계속 남아 경쟁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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