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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파워FM 대표적인 라디오 프로그램 ‘영스트리트’의 초대 DJ이기도 하다. 이 인기로 색색 돼지바 광고도 찍었다. 길지 않은 활동 기간 유행어도 남겼다. ‘생방송의 묘미겠죠?’ 음악 프로그램 도중 팬 난입 소동이 벌어지자 순간 뱉은 멘트는 여전히 방송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러다 인기 절정을 달리던 1998년 돌연 미국 어학연수를 가며 연예계를 떠났다. SBS 프로그램 '달려라 코바' 진행을 맡았던 김예분./ 온라인 커뮤니티 TV에서 사라진 그는 이제 MC보다 ‘단장님’ ‘대표님’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 연예인 자선 봉사단 ‘더브릿지’는 사회와 소외된 이들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자는 의미를 담아 2017년 1월 김 단장이 설립했다. 한 지인이 선교 활동을 하던 김 단장에게 ‘봉사 단체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다문화 가정 여성과 미혼모를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 어느덧 9년째. 손에는 마이크 대신 밥 주걱을 드는 날이 더 많아졌다. 서울역 노숙자, 쪽방촌 노인, 자립 준비 청년, 홀사모(홀로 된 목회자의 아내), 보육원 아이들. 위로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갔다. 가슴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는 귀밑까지 쳐냈다. 쉰이 넘으니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져서다. 머리 손질을 잘 못 해 그 위에는 안경을 꽂았다. ‘선글라스가 멋스럽다’는 말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알 없는 안경이에요. 저 선글라스는 잘 안 껴요. 선글라스 끼면 너무 연예인 같잖아요.” ◇ “총 출연료만 3억원” 호화 캐스팅 이끈 자선 콘서트 한 달에 한 번 자선 활동을 나가다 보니 판이 커졌다. 정회원과 서포터즈를 합해 약 30명이 속한 단체가 됐고, 일 년에 한 번 자선 콘서트도 연다. 지난 4월에는 활동 100회째를 맞았다. 배우 조민욱을 비롯해 조창희, 백승주 KBS 아나운서, 뮤지컬 배우 이은율이 회원으로 있다. 김예분 더브릿지 단장/이랜드복지재단 정기적으로 자선 활동은 하는 데 고정 후원 업체가 없으니 돈 문제에 부딪혔다. 2017년 11월 바자회를 열어 수익을 마련하려 했지만 잊힌 스타에게 손 내미는 곳은 없었다. 결국 그가 직접 발품을 팔았다. 김 단장은 “다짜고짜 괜찮은 가방 가게에 들어가서 ‘이런 바자회를 열려고 하는데 후원 가능하냐’고 물어도 보고 업체와 기업들에 인스타그램 DM도 보냈다. 거절도 많이 당했다”라며 “다행히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어서 당시 90여 업체로부터 후원 물품을 받았었다”고 떠올렸다. 2023년에는 순직 경찰 가족과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었는데 뮤지컬 배우 최정원, 가수 박상민, 윤도현, 홍경민, 알리, 방송인 조혜련, 임혁필, 작곡가 주영훈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총출동했다. 출연료도 받지 않고 나서준 이들이었다. 이들의 원래 행사비를 모두 합하면 3억원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었다. 김 단장은 “예전에 방송하며 알았던 인맥이다. 연락을 계속 이어가진 못했다. 더브릿지를 시작하며 제가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주영훈씨는 출연을 부탁하면 문자로 딱 한마디 답한다. ‘알겠어 순종’. 박상민씨는 해외 스케줄까지 조정하며 참여했다. 이성미 언니, 김원희 언니, 혜련 언니도 이런 행사 때 흔쾌히 나서준다”며 “지난번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때는 가수 에스더가 헤어 커트를, 연세대 이재훈 교수님이 치과 진료를 도왔다. 기업들도 선물이나 도시락 같은 걸 지원해준다. 더브릿지는 이런 재능 기부와 후원으로 만들어가는 곳이다. 모두 죄송하고 고맙다”고 했다. 한때 잘나가던 방송인이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는 게 민망하진 않았을까. 김 단장은 “나를 도와달라고 했으면 민망했을 텐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것 아닌가. 자선사업을 하려면 뻔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흔쾌히 나서주는 분이 많다”고 했다. ◇인기 절정 찍고 돌연 미국行, 이유는? 김예분 더브릿지 단장이 자선활동을 하며 직접 준비한 60여분의 디저트 케이터링./더브릿지 그는 현재 더브릿지 단장 말고도 직함이 5개 더 있다. 식품 유통, 군납 업체, 렌털 사업 업체, PPL 대행사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배우 3명이 속한 ‘HTH’라는 작은 연예기획사 대표이기도 하다. 짧은 미국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연예계 복귀 대신 마케팅 분야에서 회사원으로 일했다. 삼십대 후반쯤에는 먹는 걸 좋아해 식품 쪽으로 눈을 돌리더니 2014년 숙명여대 대학원에 입학해 전통식생활문화를 공부했다. ‘도니버거’를 론칭하며 외식업에 도전한 적도 있다. 초콜릿마스터, 케이크 디자이너, 아동 요리 지도자 등 할 수 있는 자격증은 다 따냈다. 김 단장은 “어릴 땐 생각이 많았다.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던 것도 저 스스로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이었다. 2000년대 초반 회사원으로도 일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못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때쯤 다시 방송 섭외가 들어오면서 회사 생활을 접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일을 여러 개 하는 이유는 내가 잘 살아야지 봉사든 뭐든 다른 것들을 유지할 수 있단 생각에서”라며 “그래도 이것저것 해본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봉사 나갈 때도 60~80인분의 망고무스를 만들고 밤새우며 혼자 만든 적도 있다. 지금은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고 했다. ◇ “추억의 스타로 기억되면 감사한 일” 지난 3월 김예분 단장이 서울 후암동에서 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랜드복지재단 2000년대 중반 방송에 잠시 복귀했지만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시련도 있었다. 집 밖으로 나서기조차 어려울 만큼 힘든 시기였다. 자선 활동을 하며 대인기피증은 이겨냈지만 그때 박힌 악플은 여전히 가슴에 남았다. 김 단장은 “이런 인터뷰도 저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 말과 행동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의도와는 다르게 또 안 좋은 댓글이 달릴까 봐 무섭다. 사는 것 자체가 전쟁 같은 일인데 서로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면서 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요즘도 섭외 요청이 가끔 들어오지만 더브릿지를 홍보할 수 있는 것 외에는 거의 거절하고 있다. ‘연예인 수식어가 부담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진 않다. 그냥 방송보다 다른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날 추억의 스타로 기억해주면 감사한 일이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 더브릿지에 관심을 보여주시면 더 좋으니까”라고 했다. “외로워도 봤고 힘든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아픔이 잘 보이는 것 같다. 순탄하게만 지내왔다면 타인의 아픔도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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